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군요.
2010년 초 겨울을 뜨겁게 만들었던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야기입니다.

쥬녀쥬녀는 사진기자 인생 최초로 동계올림픽 취재라는 임무를 띄고 캐나다 밴쿠버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그때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한국사진기자협회의 계간지인 '사진기자'에 실었던 글을 옮겨 놓은 것 입니다.

“니가 가라 밴쿠버!”

스포츠 사진팀장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캐나다 밴쿠버라... 해외 출장이라고는 중국, 일본이 전부였던 나는 영어권 나라가 처음이었다. 출장도 그렇지만 생전 처음 가보는 캐나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올림픽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두 번째...하지만 그때 나에겐 EP 카드가 없었다. 무거운 600미리 렌즈와 노트북을 가방에 숨기고 암표를 사서 취재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가만있어 보자... 동계 올림픽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쇼트트랙!

한국의 메달 효자종목인 쇼트트랙과 피겨여왕 김연아만 잘 보면 되겠구나 싶었다.하지만 스키점프, 그리고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선배들이 먼저 치러냈던 동계올림픽 보다 챙겨야할 종목이 수두룩했다.
이 모든 종목을 혼자서 다 봐야하다니... 떠나기 전부터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시차적응과 음식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17시간이나 되는 시차에 잠을 아무리 자도 오후만 되면 잠이 몰려왔다.

한창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오후나 저녁시간이 한국 시간으론 오전이다. 밀려오는 졸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우리나라의 첫 메달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나왔다. 스피드스케이팅 취재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 후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 선수가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이승훈 선수의 메달이 나온 그날은 2010년 2월 14일. 새해 첫날이었다. 새해 첫날부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스피드 스케이팅 은메달의 쾌거를 기록한 이승훈 선수의 경기 모습을 선배들과 함께 버스로 이동하는 중간에 보내야만 했다.

오후에 쇼트트랙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 시간으로 오후 3시경에 끝난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 이정수, 성시백, 이호석 선수가 출전하는 남자 1500미터 경기는 5시에 시작이다. 경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회 이튿날 나온 우리나라의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이정수였다.
하지만 안타까운 장면이 있었다. 마지막 반 바퀴를 남겨두고 파란 유니폼의 이정수, 성시백, 이호석 선수가 나란히 줄을 이었다. 그대로만 들어온다면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우리 선수가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 할 수 있는 멋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 믿기 힘든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정수의 뒤에 따라오던 성시백과 이호석이 충돌하며 그대로 넘어지고 만 것이다. 파인더에 눈을 대고 있다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기분 좋은 첫 금메달이 나오기는 했지만 가슴 한쪽이 아쉬운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은 다음날 또 벌어졌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가 펼쳐지는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이날의 메달 예상 선수는 올 시즌 세계랭킹 1,2위에 오르며 기대를 모은 이규혁과 이강석 이었다. 이규혁과 이강석의 경기는 경기 후반이다.이 선수들에 초점을 맞추고 먼저 경기를 치르는 모태범의 경기를 지켜봤다.

빙속 500M 경기는 한 바퀴다. 반대편에서 내 쪽으로 오는 선수를 향해 핀을 맞추며 누르는 서너 컷으로 승부를 내야한다.

1차 레이스에서 모태범은 인코스다. 인코스를 타고 오는 모태범과 아웃코스에서 따라오는 상대 선수와 함께 프레임에 담아냈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34.92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1위를 기록했다.

메달 예상 선수였던 이강석과 이규혁은 1차 레이스에서부터 아쉽게도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고 모태범의 2차 레이스 성적에 관심이 집중됐다.

모태범의 2차 레이스. 2차 레이스에서도 모태범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2차시기 에서는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캐나다의 빙속 스타 ‘제레미 위더스푼’과 경기를 펼쳤다. 경기 기록은 34. 94. 1차와 2차시기 합계 69초 82로 우리나라 빙속 사상 첫 금메달의 쾌거를 이루어내는 순간이었다.

모태범은 'G세대‘ 답게 세리머니도 예사롭지 않았다. 태극기를 들쳐 메고 춤을 추는가 하면 환한 미소로 관중들의 박수에 답례도 하고 베달 시상식에서는 시상대에 키스, 각종 세리머니들로 사진기자들을 힘들게(?) 했다. 그를 지켜볼 땐 파인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밴쿠버 취재의 첫번째 이야기는 여기에서 줄입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이야기도 관심가져주시길^^


Posted by 쥬녀쥬녀


티스토리 툴바